2012-05-12 19:43:20
答詩ㅡ
<미래>
칠월의 밤, 알전구는 붉게 익었고
그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더운 숨결을 내뿜는다.
반바지와 반팔, 맨발과 샌들
꽃팔찌와 둥근구두, 낡은 시계와 꽃무늬 손가방이
칠월의 밤 보름달 보다 환한
얼굴을 밝히고 삼삼오오 모여있다.
철컥철컥. 부릉부릉. 우왕우왕.
쿵쾅쿵쾅. 야옹냐옹. 매앰매앰
만물의 지저귐이 무르 익어가는 때,
그릇에 담겨져 나오는 그 것!
오색폭포에서 목욕재개하는 선녀의 머리칼처럼
우주를 순회하는 헬리혜성의 흐름처럼
그릇을 감아도는 하얀 면발에
어린시절 화나신 엄마의 회초리같은
스노우보드타다 실수로 공중 3회전 한 아찔한 기분같은
붉은 양념이 몸을 던져
수줍어 얼굴이 초록빛이 된 오이를 콱!
배신당한 여인의 마음같은 얼음을 쏙!
이 밤 연인들의 깨소금을 솔솔솔~!
유레카! 나무젓가락을 반으로 탁 분질러서
개성넘치는 것들 한통속으로 은밀하게 버무려
후루룩 후루룩 입속으로 신명나게 들이킨다.
반바지와 맨발과 꽃팔찌와 낡은시계의 입술에 새긴
빨간 키스 자국
아쉬운 혀는 입술에 남은 붉은 립스틱을 만져본다
칠월의 밤 뒷산에서는 솔내음이 풍기는데
"비빔면 드이소." 요령소리같은 맑은 목소리가 들리고
보름달빛은 아기의 배냇저고리처럼 교교한데
금고는 저혼자 욕심부려 꾸역꾸역 지폐를 토해낸다.
your mate ㅡ 문턱
2012\. 4. 2. 月
ㅇ 이 시는 제가 군대에 몸을 담고 있을 때, 받은 한 통의 답시(答詩)입니다.
요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,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서 그렇다는 핑계로 위안을 받으며 잘 안되는 공부를 하고있네요
오늘도 자리에 앉아 책을 보다, 졸다, 바람 쐬다 이 3종셋을 반복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, 이제 배가 고파 집에 가려는 찰나에
노트 사이에 끼워놨던 종이 두 장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. 그래서 ‘뭐지?’ 하며 몸을 숙여 주워서 펼쳐보았더니
약 한 달 전 쯤 받은 제 보물이었던 것입니다. 몸을 일으키려하다 다시 앉아 천천히 다시 읽어보았는데 당시의 감흥이 다시 되살아
난 듯 재미있고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.
이 시에 담긴 사연을 간단히 말씀드리면, 제가 여름에 장사를 한 번 해보겠다고 여러 아이디어를 생각한 끝에, “길거리에서
비빔면을 파는거야!” 라고 생각하고 같이 복무하던 산들바람에게 의견을 물어보았습니다. 괜찮다는 반응과 함께
며칠뒤의 이 답시가 저에게 날아왔습니다. 눈치빠르신 분들은 알아채셨나요? 이 게 제가 받은 답시라면, 제가 먼저 보낸 詩도
있어야겠죠? 그렇습니다, 저도 또한 이 전에 산들바람이 첼로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단 말에 영감을 받아 시 아닌 시를 써서
보냈었습니다.
저희는 지루한 군 생활을 이렇게 나름대로의 재미로 그나마 빨리, 뿌듯하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.
오늘도 바람이 붑니다, 지금은 해가 져서 사알짝 찬 봄 바람이네요.
이 바람이 산들바람인가 봅니다. 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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